건강 지식

MRI 폐쇄공포증 폐소공포증 직접 겪은 후기

Talented_L 2022. 4. 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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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MRI를 찍으면서 겪었던 폐쇄공포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에게 폐쇄공포증이란 단어는 굉장히 낯설고 살면서 한 번이라도 경험하지 못했을 용어였습니다.

 

MRI을 많이 찍게 된 배경


하지만 2014년, 20대 중반 나이에 두개인두종이라는 뇌하수체 종양이 생기면서 큰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뇌하수체에서 워낙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6개월마다 뇌 MRI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했어요. 

 

세어보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MRI만 20번 가까이 찍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찍었습니다. 잠을 자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휘파람도 불면서 40분이라는 지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2019년 쯤 뇌 안쪽을 더 자세하게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뇌하수체는 호르몬을 생성해주지만 재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수술하면서 제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로 나와야 할 호르몬이 안 나오고, 호르몬 보충을 위한 약을 먹는데 그 부작용으로 살이 많이 찝니다. 

 

뇌하수체 위에 시상하부라는 뇌 기관이 있는데 인간의 3대 욕구(식욕, 성욕, 수면욕)를 조절해줍니다. 혹시 시상하부가 식욕을 조절 못해서 살이 찌는 건지 검사할 목적으로 19년쯤 MRI를 디테일하게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대학병원 MRI는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스케줄이 꽉 차있습니다. 그래서 여유 있게 찍을 수 있도록 MRI 기기 1대만 따로 있는 건물에서 찍게 되었습니다.

 

폐쇄공포증 첫 경험 및 증상


폐쇄공포증 경험 증상
폐쇄공포증 원인 및 증상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본원 MRI보다 기계가 작았던 것!! 당시 약 부작용으로 30kg 이상 몸무게가 불어있었기 때문에, MRI 안쪽과 제 팔과 딱 붙어서 제가 도저히 움직일 수조차 없었습니다.

 

원래는 40분 찍었지만 더 자세히 찍기 위해 1시간 찍기로 했어요. "그때 내가 아예 MRI 기계에 끼여서 팔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1시간을 어떻게 버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거기에 더해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MRI 기계 천장에 숫자를 띄워놓고 보이시냐고 자꾸 물어보셨습니다. MRI는 금속물질이 있으면 고장 나기 때문에 안경을 벗고 들어갑니다. 안경 벗으니 숫자는 안 보이고, 귀마개를 껴서 선생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리고, 그때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공포감이 왔던 것 같습니다.

 

그 공포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저는 가만히 있고 공기가 저를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답답한 공간이 날 압박해서 숨이 잘 안 셔지고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했습니다. 

 

단순한 경험이 공포로 확산


못 찍겠다고 소리치며 나왔는데 다음주에 진료를 봐야 하기 때문에 MRI를 꼭 찍어야 했습니다. 오늘 못 찍었으니 이틀 후에, 예전에 찍었던 넓은 기계에서 찍는 걸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만약 1년 정도 기간을 두고 찍었다면 폐소공포증은 일시적인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이틀 뒤에 찍으니까 오만가지의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폐쇄공포증의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이틀 뒤에 찍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이틀 뒤 MRI 찍을 때 폐쇄공포증 임시 극복


몸져누워서 괴로워하다 생각한 임시 극복 방법은 특정 노래 가사를 통째로 외워서 40분 동안 부르는 거였어요. 대학병원 가는 길에 30분 동안 [블랙핑크 - 마지막처럼] 노래만 들으면서 1절 가사를 몽땅 다 외웠어요.

 

40분이니까 1절 가사를 40번 정도 부르면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계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폐쇄공포증의 증상은 계속되었습니다. 당장 나가고 싶었지만 진료를 보기 위해선 찍어야 했기에 꾹 참았어요.

 

 

제가 괴로움에 몸을 꿈틀거려서 총 50분을 찍었습니다. 원래 MRI는 몸을 흔들면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해요. 아예 리셋해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어쨌든 괴로운 시간을 잘 견디고 무사히 끝냈습니다. 블랙핑크에게 감사한 하루였어요.

 

MRI는 1년 뒤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은 한숨을 놓았어요. 적어도 1년은 아무 증상이 없는거니까요. 하지만 19년에 처음 폐쇄공포증을 경험하고, MRI에서 비행기, 자동차, 기차로 점점 확대되면서 증상이 심해집니다. 결국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어요. 

 

마무리


결과적으로? 현재는 폐쇄공포증을 90% 극복했습니다. 공포증을 극복했던 3~4가지 방법은 뒷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더불어 남한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면서 겪었던 마음 고생, 착각과 이제 막 폐쇄공포증을 경험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들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저의 경험이 폐쇄공포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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