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하수체 종양 두개인두종 2번의 수술 투병 일기
저는 두개인두종 환우입니다. 2014년에 처음 수술하고, 2021년에 재발돼서 다시 수술받았습니다. 2014년에는 두개인두종 환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으론 1년에 100명~150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고 전체 뇌종양 환자 중 2~3% 채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환자수가 없다보니, 정보를 얻기 어려웠는데 현재는 카톡방도 생기고, 뇌종양 카페에 환우들의 글도 많이 올라와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두개인두종을 판정받고 수술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제 투병일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포스팅을 합니다.
카페, 단톡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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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개인두종 증상
증상 ① 왼쪽 눈 바깥쪽 시야 결손
첫 번째 수술 : 2014년 8월 말 한국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교재를 보는데 순간적으로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하고 끼고 있던 렌즈를 교체해보고, 안경을 써보기도 했는데 계속 흐릿하게 보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왼쪽 눈 시야 결손이 꽤 진행되고 있었는데, 글자가 안 보이고 나서야 증상을 인지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시력이 나빠지면 바로 티가 나는데, 시야 결손은 한 번에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특정 부분만 시꺼멓게 보이고 나머지는 글자가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성 종양인 두개인두종은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시야 결손이 천천히 나타납니다. 우리 눈이 나빠진 것에 금방금방 적응을 해버리기 때문에 처음이라면 눈에 이상이 있다고 인지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두 번째 수술 : 2021년 5월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왼쪽 눈으로 보고 있던 글자들이 밑으로 쓸려내려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 뒤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으려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예 고기 불판이 보이지 않았어요. 느낌이 안 좋아서 TV를 왼쪽 눈으로만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TV 왼쪽 부분이 시꺼멓게 보였습니다.
한 번 경험이 있어서, 두 번째 수술할 때는 금방 증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 수술하고 시야에 굉장히 예민했거든요.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은 한 쪽 눈을 가리고 한쪽 눈으로만 봐보세요.
증상 ② 간헐적인 두통
- 첫 번째 수술 : 2014년 10월 초부터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습니다. 내 인생에서 머리가 아팠던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이때 하게 됩니다. 하루에 5~6번씩 10초 정도 아팠어요.
진료볼 때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시상하부를 종양이 압박할 정도로 커져야 두통이 오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어요. 두 번째 수술에는 두통이 거의 없었습니다.
2. 두개인두종 진단 과정
첫 번째 수술 : 녹내장 안과 → 시신경 교수님 → 신경외과 교수님
두 번째 수술 : 응급실 MRI
- 처음에는 부모님이 녹내장 같다고 하셔서 학교와 가까운 대학 병원 녹내장 교수님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10월 중순으로 잡았습니다. 녹내장 교수님도 원인을 못 찾아서, 뇌 MRI를 찍어보기로 했고, MRI를 찍어보니 뇌종양이 있었습니다.
- 두 번째는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에, 바로 응급실로 갔습니다. 교수님이 진료 예약은 시간이 걸리니까 급할 땐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하셨어요. 응급실에서 사람이 많아 MRI가 밀렸지만 10시간 정도 기다려서 찍을 수 있었고 뇌종양이 재발되었다는 결과도 바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3. 두개인두종 관한 교수님 Comment
- 수술은 4~5시간 정도 걸리며, 보통 10세 전후의 유아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60~70대에 노인분들도 많다. 20대 중반 나이 때 환자는 드문 Case다.
- 종양 표면이 스파이크처럼 뾰족하기 때문에 완전 적출이 어렵다.
- 가장 무서운 점은 재발을 잘 한다. 외국 논문을 찾아보면 Scarce(희귀하고), Formidable(다루기 까다롭고, 끔찍하다)라고 첫 줄에 나온다.
- 수술 후에도 호르몬 분비 등 수술 후 부작용으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다.
- 발병 원인이 엄마 몸 속에 있을 때 인두 부위와 신경 조직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나온 잔유물인 뇌하수체 주머니가 몸속에 있다가 종양으로 발전 되는 경우다. 이것도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니다. 그나마 유력한 가설이다.
- 종양을 제거한 자리에 하얀 비닐 같은 막이 생긴다. 막이 투명하지 않아서 뒷 쪽을 볼려면 제거해야 되는데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재발하면 할수록 완전 적출률이 떨어진다. 유착도 심해지고, 신경 위치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4. 수술 과정
- 첫 번째 수술 : 종양 크기 3cm, 물혹 3cm였습니다. 오전 9시에 수술실에 들어갔고,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니 오후 2시 30분이었습니다. 코 뇌시경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코에서 머리로 향하는 뼈들을 제거하다 보니 진통제가 듣지 않을 정도로 아팠습니다.
하루 만에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코 점막이 붓는걸 방지하기 위해 솜으로 코 안쪽을 채워서 입이 바짝 말랐고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습니다. 수술한지 6일이 지나야 진통제 효능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입원하고 퇴원했습니다.
- 두 번째 수술 : 종양 크기 1.2cm였지만, 종양이 옆쪽으로 자라서 뇌경동맥과 붙어있었습니다. 종양과 신경의 유착이 매우 심했고, 뇌경동맥과 종양을 분리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고 하셨어요. 교수님께서 잘해주셔서 완전 적출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수술 때 이미 뼈를 제거해서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이 줄어들었어요. 육제적인 고통은 훨씬 덜했습니다. 눈의 시야가 점점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받은 정신적인 고통이 훨씬 심했어요. 수술을 월요일에 하고 금요일에 퇴원했습니다. 두 번째라서 그런지 회복이 빨랐습니다.
마무리
오늘은 두개인두종을 2번 수술하면서 제가 얻은 정보와 경험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두개인두종 환자가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파이팅!